글쓰기

목표가 있는 글쓰기

일류작가 강은영 2021. 12. 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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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은 글을 왜 쓰나요?

누군가 물었다. 짧은 물음이지만 간결하게 답할 수 없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처음과 같지 않고 갈수록 새로운 것들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만약 딱 한마디로만 답해야 한다면 "재미있고 좋아서요"라는 재미없는 답을 할 것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한테 상대방을 왜 사랑하냐고 물으면 뭐라고 답할까? "그냥 다 좋아요"라는 답이 가장 많지 않을까? 아무래도 난 글쓰기와 사랑에 빠진 듯하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글을 쓰는 이유와 목적을 떠올리며 수시로 점검해 보는 게 좋다.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라 꾸준히 글을 쓰기란 물 한방울로 바위를 뚫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목표가 있는 글쓰기를 해야 방황하더라도 다시 돌아갈 수 있다. 그렇다면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어떤 목표가 있을까? 다섯 가지로 정리해 본다.  

 

첫 번째, 자기 치유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글쓰기 목표다. 글을 좀 써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어떤 시점으로 돌아가 글을 쓰면서 울고 웃으며 쏟아내다 보면 어느덧 아픔과 고통도 치유가 된다. 10년 넘게 장애아를 키우며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는데 책 한권 분량의 글로 풀어내자 어둡고 깊은 늪에서 빠져나온 듯 가벼워졌다. 좀 더 편안하게 그 시절 고통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고 한층 단단해지고 강한 내가 보였다.  

 

요즘 나를 가장 많이 흔드는 사람은 중3 큰아들이다. 어릴 적부터 키우기 쉽지 않은 녀석이었는데 예전 같으면 분노와 짜증에 휩싸여 매일 아들과 전쟁을 치렀을 것이다. 다행히도 아들에 관한 이야기를 글로 쓰면서 사춘기 아들을 좀 더 이해하고 나를 다독이며 지낼 수 있게 되었다. 모든게 좋고 행복한 일상에서 유일하게 껄끄러운 존재인데 좋은 글감 소재를 던져주니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두 번째, 정보나 노하우 제공이다. 어떤 글이든지 저자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자신의 경험이나 노하우, 검색 또는 책을 통해 알게 된 지식들을 독자에게 제공한다. 작가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같은 대본으로 연기자마다 다른 연기를 하듯이 같지만 다른 삶을 사는 우리에게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비슷한 주제의 글과 책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이유도 같은 이야기를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로 이 세상에 똑같은 글은 없다. 각자 다른 목소리로 비슷한 정보를 줄 뿐이다.      

 

세 번째로, 글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베풀고 싶어서이다. 함께 사는 사회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좋은 영향력을 미치면 자신의 가치도 올라간다. 우리는 말과 글을 통해 타인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한번 뱉어내면 그만인 말과 달리 글을 쓸 때는 고치고 또 고친며 심사숙고한다. 그래서 다듬어진 글에는 깊이가 있으며 여운이 오래간다. 두고두고 볼 수 있어서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유명한 사람이나 작가를 직접 만나기는 어렵지만 그들의 글은 쉽게 접할 수 있다. 영향력있는 지혜와 노하우를 글이라는 도구를 통해 편하게 얻을 수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해 크게 유명하지 않아도 누구의 글이든 불특정 대다수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나는 글을 쓸 때 단 한 사람에게라도 선한 영향력을 미치길 바라며 간절한 마음으로 쓴다. 이렇게 착한 사람이 아니었는데 글을 쓰다 보니 타인을 배려하고 남을 도우려는 심성이 절로 커졌다.    

 

네 번째, 자신이 하는 일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 쓴다. 사업에 도움이 되거나 회사 업무에 필요해서 쓰기도 한다. 이 경우는 필요에 의한 것이므로 글 쓰기가 재미없을 수 있다. 하지만 외부적인 동기에 의한 글도 꾸준히 쓰면 필력이 좋아지고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 내 처음 글쓰기는 강의할 때 책을 통해 도움을 받기 위해 시작되었다. 스트레스와 어려움이 컸으나 확실한 목표가 있다 보니 짧은 시간에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있었다.   

 

다섯 번째, 성장을 위함이다. 많은 사람들이 작가 되기 등 꿈을 이루고 성장하기 위해서 글을 쓴다. 나 역시도 처음 글을 쓴 이유가 책을 써서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고 싶어서다. 그때만해도 작가는 책을 발간한 사람이 얻는 자격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책을 한 권, 두 권 발간하고 전자책, 무료 소책자, SNS 글 등을 매일 쓰다 보니 결국 가장 많이 변하고 성장한 사람은 나였다. 예상치 못한 결과지만 지금은 이 다섯 번째 필요가 글을 쓰는 가장 큰 동력이 되고 있다.   

 

이 외에도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다양한 목표가 있을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데,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자신의 치유와 성장이 기본이 되지 않은 글쓰기는 오래가지 못한다. 글쓰기 여정은 꽃길이 아닌 가시밭길과 같다. 자신을 먼저 돌보지 않으면 슬럼프에도 자주 빠지고 헤어 나오기도 어렵다. 

 

 

자신의 기억과 경험의 문을 열고 들어가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얻는 것이 글쓰기다. 
-마이클 래비거


결국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글쓰기와도 오래도록 사랑에 빠질 수 있다. 필요충분조건(necessary and sufficient condition)처럼 글을 쓰면 쓸수록 자신에 대한 이해가 커지고 나를 더 깊게 사랑하게 된다. 나는 최대한 오래도록 나 자신과 글쓰기를 사랑하며 살고 싶다.